인터넷이 이뤄낸 선거 혁명

글/IWeekly 2003년 01월 18일 0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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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불어닥친 노풍으로 시작된 16대 대선의 장구한 레이스는 투표 당일 젊은 세대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모바일 인터넷의 문자 메시지로 마무리되었다. 아날로그식 선거운동과 디지털형 선거운동이 정면으로 맞붙었던 이번 대선은 이렇게 인터넷으로 시작해서 인터넷으로 끝난 셈이다.

인터넷이 선거의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던 전망은 마침내 엄연한 현실로 입증되었고, 젊은 네티즌들도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자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란 듯 깨뜨리며 새로운 정치의 주역으로 당당히 그 실체를 드러냈다. 아날로그식 선거운동은 결국 디지털형 선거운동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아날로그식 선거운동과 디지털형 선거운동의 차별성은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첫째, 미디어적 측면에서 인터넷 홈페이지의 운영 및 활용방식의 차이다. 이회창 후보의 홈페이지는 화려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보자 본인의 홍보성 자료를 전시하는 전자 홍보물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한 네티즌들은 그저 전시물을 둘러보는 손님일 뿐이었다.

반면 노무현 후보의 홈페이지에는 운영자와 방문자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네티즌들 스스로에 의해 생산되고 관리되는 역동적인 커뮤니티의 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온라인 캠페인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참신한 전략적 아이디어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단순한 전자 홍보물로서의 홈페이지와 사이버 선거운동의 총본부로서의 홈페이지는 애초부터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둘째, 조직적 측면에서도 아날로그식 선거운동과 디지털형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났다. 아날로그식 선거운동이 지구당 조직이나 동창회, 향우회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연줄 조직에 의존하고 있다면, 노사모로 대표되는 디지털형 선거운동 조직은 무한한 전파성과 확장성을 자랑하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 연줄조직이 수직적 동원체계를 통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자랑한다면, 온라인 네트워크는 수평적 조직 구성과 자발적 참여 속에서 보여지는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특징으로 한다.

한마디로 오프라인 연줄조직 중심의 선거운동은 보병전, 온라인 네트워크 중심의 선거운동은 공중전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무기로 한 공중전이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보인 것은 정몽준씨의 느닷없는 공조철회 선언이 이루어진 투표 전날 밤부터 투표 종료까지 마지막 13시간 30분 동안이었다. 노사모를 비롯한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서 심야의 대책 회의를 열었으며, 투표 당일에는 투표율이 낮다는 보도가 나가자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날리면서 젊은 세대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었다. 보병전은 결코 공중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셋째, 정서적 측면에서도 이들 두 진영의 메시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부패정권 심판"이라는 이회창 후보의 무거운 구호는 디지털 시대의 젊은 네티즌들에게는 도무지 먹혀들지 않을 메시지였다. 그들은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왔던 기성세대들과는 문화적 코드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젊은 네티즌들은 설득 당하기보다는 감동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네가티브적인 선전과 선동이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는 포지티브적인 메시지이다.

노무현의 '눈물' CF를 보며 가슴 한 구석에 짠한 필(feel)이 꽂히고, "유쾌한 정치반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보며 쿨(cool)한 쾌감을 느끼며, 자갈치 아줌마의 투박한 연설에 환호하며 팬클럽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네티즌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승패의 분수령은 최대 유권자층인 젊은 네티즌들의 표심이었다. 구태의연한 아날로그식 선거운동으로서는 결코 그들의 정서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지금쯤 승자도 패자도 절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아마도 아날로그식 선거운동과 디지털형 선거운동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붙은 선거가 될 듯 싶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미래를 향해 굴러가는 것이 마땅한 순리이기 때문이다.

(주간 iWeekly, 134호,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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