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댓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가상 인터뷰’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댓글계의 본좌”라 불리고 있는 한 인물을 만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댓글 세계의 이모저모를 들어본다. 실제로 현재 댓글 게시판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을 모델로 삼았지만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가상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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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네티즌들이 당신을 “댓글계의 본좌”라 부른다는데, 댓글을 엄청나게 많이 올리고 있나?

A. 나는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작년에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까 한 달 동안 혼자서 7,000건의 댓글을 올린 슈퍼 댓글족도 있다고 하던데, 솔직히 이렇게 무자비하게 많은 댓글을 올려봐야 그것들 중 의미있는 내용을 담은 것이 몇 개나 되겠는가? 아마 대부분 쓰레기 댓글일 것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댓글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대략 6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180개 정도의 댓글을 올린 것 같다. 기껏해야 평균 하루에 한 개씩 댓글을 쓴 셈이다.

Q. 그렇다면 혹시 대단한 악플러인가?

A. 악플러라니? 나를 그런 인간들과 같은 부류로 취급하지 말라. 매우 불쾌하다. 지금껏 내가 올린 댓글 중 악플은 하나도 없다. 악플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올린 댓글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나는 댓글 하나를 올려도 충분한 자료 조사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실있는 글을 추구한다. 저런 악플러들 때문에 나같은 사람까지 덩달아 욕을 먹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Q. 슈퍼 댓글족도 아니고 악플러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댓글계의 본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나?

A. 아마도 내가 워낙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방위로 댓글을 달다보니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특히 모든 댓글마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있거나 전문가인 양 자처하면서 댓글을 올리는 바람에 네티즌들이 관심을 갖게 된 모양이다. 예를 들어 교수비리 사건이 불거지면 대학원생으로, 가짜 명품시계가 이슈화되면 시계방 사장이라 자칭하며 댓글을 올리는 식이다. 요즘 포털 게시판에는 댓글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를 통해 그 사람이 올린 또 다른 댓글들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걸로 내가 올린 댓글을 검색해보면 중소기업체 사장, 개척교회 목사, 소방관, 미우주항공센터 연구원, 찜질방 알바, 대학교수, 간호사, 옷장사 등 수많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댓글의 숫자만큼 다양한 직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것을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중 정체성’이라고 말하던데, 그게 바로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Q. 그러니까 댓글을 쓸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람 행세를 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그 많은 직업들을 다 경험해 봤을리는 없고, 결국 거짓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 아닌가?

A. 거짓글이라고 단순히 매도하기 보다는 게시판이라는 무대 위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라고 이해해 달라.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연기자들이 맡고 있는 극 중 배역을 두고 거짓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일은 없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서 연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댓글 하나를 올리더라도 관련 현안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고, 해당 분야 종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글을 쓴다. 그래야 네티즌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솔직히 다른 많은 네티즌들도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정체성으로 행세하고 있다. 채팅방에서는 카사노바가 되었다가 토론 게시판에 가서는 열혈 논객으로 변신하는 곳이 인터넷 아닌가? 나는 그저 댓글 공간 안에서만 팔색조처럼 무한히 변신하는 네티즌일 뿐이다.

Q. 끝으로 “댓글계의 본좌”로 지내며 겪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 달라.

A. 간혹 언론사 기자들이 내가 올린 댓글 낚시에 걸려들고는 한다. 기사 말미에 네티즌 여론이라며 내 아이디로 올라온 댓글을 인용한 경우가 꽤 여러 번 있었다. 물론 기사에서도 나를 해당 분야 종사자로 소개한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댓글을 통한 언론 종사자로서 나름대로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 또 워낙 댓글을 많이 올리고 조회수도 높다보니 기업으로부터 스폰서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댓글 말미에 자기네 회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주소를 붙여주면 그에 따른 광고비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열성 리플러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았지만 댓글이 상업성을 띄게 되면 내용의 진정성이 훼손될 것 같아 과감히 거절했다.

(따뜻한 디지털세상, 2007.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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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디어몹 2007년 02월 03일 12시 23분

    네티쿠스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2. attuner 2007년 02월 04일 04시 03분

    그분이군요

  3. Rinforzando! 2007년 02월 04일 16시 49분

    아.. 이분 멋지시던데!

    열혈 리플러!

  4. ? 2007년 11월 02일 02시 47분

    댓글도 창작이나 작품성이 있는데 아이디어와 순간 광고효과와 시사하는 내용으로 활용할수 있는 분야에 계신분들이 유용하게 쓰시면 국가에 도움이 되려나?

  5. 구가로 2009년 03월 14일 07시 35분

    재미있는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