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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는 정말 강했죠. 노무라 선수를 방불케 하는 그 힘.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정말 기술이 대단했죠. 1회전부터 모조리 한판승. 정말 굉장해. 완전 노무라 타다히로 선수 같았죠.”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 준 유도 최민호 선수 경기를 지켜본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이랬다. 여기에 계속 등장하는 노무라 선수는 이번에 최민호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60Kg급 경기에서 올림픽 3연패를 기록했던 일본의 유도 영웅이다. 모든 경기를 한판승으로 끝내 버린 최민호 선수의 승승장구에 일본 네티즌들도 자신들의 유도 영웅과 비교하며 감탄을 아끼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한국의 네티즌들은 이런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발 빠르게 번역해 인터넷 여기저기 퍼 나르고 있었다.

이런 양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거나 혹은 관심이 큰 경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이나 외국 방송의 아나운서 중계를 번역한 게시물이 인터넷 공간에 올라오고는 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족 감정이나 경쟁의식이 강한 중국과 일본 네티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국내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한국 선수들에 대해 모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시기와 질투를 드러낸 게시물도 섞여 있고, 심지어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한국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국내 네티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시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국내 네티즌들이 외국 네티즌의 한국 관련 게시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이 계기였다. 한국 대표팀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의 축구 강국들을 잇달아 격파하자, 현지에 살고 있는 해외동포나 유학생들이 그곳 언론과 네티즌들의 반응을 국내 웹사이트에 번역해 올리면서부터이다. 특히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는 아예 해외거주 동포들을 중심으로 월드컵 취재반을 구성해 외국 언론 및 네티즌 반응을 취재, 보도하는 기획물을 연재하여 국내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 게시물은 대부분 ‘개소문닷컴’이나 ‘쩐다쩜넷’ 같은 사이트에서 퍼온 것들이다. 이들 사이트는 한국 관련 소식에 대해 게시판에 올려진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만을 전문적으로 번역해 올리는 독특한 콘텐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어찌 보면 인터넷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 환경에 딱 들어맞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남들의 시선이나 평판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잘 끄집어낸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정서와 결합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국제대회가 열리면 이런 정서는 극으로 치닫는다. 비록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으로 시작해서 “잘 싸웠다. 대한 건아!”로 마무리되는 70~80년대식 중계방송 멘트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신문이나 방송 보도를 보면 마치 경기 승패에 국운이라도 걸려있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럴 때 인터넷에 올라오는 외신 보도나 외국 네티즌의 반응을 번역한 게시물들은 우리와 한 발짝 떨어진 타자의 시선을 접해보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해 준다. 또한 한국 선수가 승리를 했을 때 상대방 나라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심리적으로 우월감과 만족감을 만끽하기도 한다. 어찌됐건 우리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네티즌들이 이번 올림픽을 즐기는 또 다른 문화이다.

(시사IN 제49호, 200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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