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블로그는 있지만 블로깅은 없다
글/시사IN
2008년 09월 29일 20시 56분
“그들은 2005년 10월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별 블로그를 만들어 정권 홍보, 비판 언론 및 야당 공격에 매달렸다. 대통령 보좌라는 본업보다 관제(官製) 칼럼니스트로 행세하기 바빴다. 청와대 홈페이지뿐 아니라 싸이월드 청와대 홈피, 네이버 청와대 블로그, 다음 청와대 카페 등 인터넷 곳곳을 누비며 대통령의 나팔수 또는 전사(戰士) 노릇을 했다. 다른 민주국가의 지도자 비서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행태였다. 이를 부추긴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낯 뜨거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직후인 3월 2일자 동아일보 사설에 이런 글이 실렸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했던 일을 두고 “해괴한 행태”라 규정하며 맹공격한 글이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지난 4월 중순, 그 “해괴한 행태”를 동아일보가 지지해 마지않는 이명박 정부가 똑같이 따라하고 말았다. ‘푸른 팔삭지붕 아래’라는 제목의 청와대 블로그가 네이버, 다음, 엠파스, 야후, 파란 등 5대 포털에 일제히 개설된 것이다. 한술 더 떠 이명박 정부는 지난 8월 ‘정책공감’이라는 제목으로 정부 대표 블로그까지 추가로 개설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입장에서는 꽤나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정부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해괴한 행태”라고 규정한 것부터가 참여정부에 대한 괜한 시비걸기였다. 참여정부가 됐건 이명박 정부가 됐건 정부가 블로그를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면 당연히 쌍수 들고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지난 5월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촛불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청와대 블로그는 큰 곤혹을 치렀다. ‘만문만답’이란 이벤트를 벌려놓고 소고기 협상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하겠다며 호언장담 했다가, 엄청나게 쇄도하는 질문 공세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충격 탓인지 6월부터는 블로그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접어들었다. 처음 4월에 83개, 5월에는 55개나 올라왔던 게시물이 6월 들어 갑자기 2개로 급감했다. 그리고 7월에는 달랑 1개, 8월에는 아예 게시물이 하나도 없었고, 9월 현재 7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네티즌들이 올린 댓글에 변변한 답글도 하나 없다. 국민과의 소통에 성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청와대 블로그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을 맡고 있는 정부 대표 블로그 ‘정책공감’은 그래도 청와대 블로그보다는 한결 나은 편이다. 아직 개설 초기라 평가가 이른 감은 있지만 게시물의 구성과 내용이 다채롭고, 문장도 전형적인 공문서 스타일에서 탈피해 네티즌들이 읽기에 편하다. 9월 들어서만 벌써 47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어 운영진의 왕성한 의욕도 엿보인다. 특히 ‘정책공감’ 블로그에 대한 블로거들의 의견들을 한데 모으고, 이에 대한 운영진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밝힌 한 게시물에서는 기존 정부 웹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정성과 진솔함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책공감’ 블로그 역시 청와대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네티즌 댓글은 있지만 운영진의 답글은 없다. 댓글 갯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닌데 아무런 답글도 없으니, 블로그 대문에 걸린 “소통하는 정부 대표 블로그”란 슬로건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래서 어느 블로거는 이를 두고 “블로그는 있지만 블로깅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네티즌들로부터 가장 많이 비판받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소통’의 문제이다. “해괴한 행태”라는 우군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명박 정부가 블로그 운영에 나선 것은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선의의 눈으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글 하나 없이 일방적인 게시물만 잔뜩 올려놓다가, 그 조차도 얼마 못가 제풀에 지쳐 흐지부지 되어 버린다면 이 역시 결국 ‘소통’이 아닌 ‘홍보’에 불과할 것이다. 기왕에 개설한 블로그가 제대로 된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시사IN 제55호, 20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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