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C통신 사회학’ 독자적 영역 개척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세계일보)
민 교수는 1990년대 중반 노 전 대통령이 ‘386’ 참모들과 운영하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잠시 일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직접 한번 해보라”고 권하는 젊은 민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자네 전공이 사회학이라고 했지? 놀지만 말고, PC통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회학적으로 한번 잘 들여다봐. 지금 PC 안에서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충고는 민 교수의 인생을 바꿨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평범한 사회학도였던 그를 ‘정보사회학’이란 낯선 분야로 이끈 것이다.
1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온라인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사회학 이론으로 풀어내는 독자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하루 평균 500∼600명이 찾는 인기 블로그(www.min.kr
)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지난달 28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데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
“2003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 담으며 인터넷을 통한 국민참여의 마스터플랜을 그렸다. 당시 노 당선자와 임채정 인수위원장에게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청와대 블로그를 개설해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노 당선자가 임 위원장에게 블로그가 뭔지 아느냐고 물었고, 임 위원장은 모른다고 했다. 당선자는 웃으며 ‘이게 현실이야.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 아이디어는 좋은데 좀 있다가 하자’고 말했다.”
“좀 있다가 하자”는 노 전 대통령의 말처럼, 참여정부는 정말로 몇 해 뒤에 ‘청와대 블로그’를 만들어 국민들과 소통에 나섰다.
― 노 전 대통령의 소통 강조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소통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국민을 대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 개방된 자세 등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소통의 장을 그냥 활짝 열어놓기만 하고 ‘와서 막 쏟아놓으시오, 그러면 내가 다 담겠소’라는 식이었다. 처음엔 관심과 참여가 왕성했지만 나중엔 다들 시큰둥해졌다. 언론과 각을 세운 것도 아쉽다. 기성 언론사를 매개로 한 국민과의 소통이란 전통적 영역도 분명히 소통의 한 공간으로 인정하고 활용했어야 하는데 너무 거리를 뒀다.”
민 교수는 ‘정보사회에서의 온라인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그는 전통적 시민운동을 ‘가로등 모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 형태의 시민운동을 ‘점멸등 모델’이라고 각각 이름 붙였다. 한 자리에 붙박이로 서있는 가로등과 달리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멸등은 네트워크처럼 촘촘히 연결된 상태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민 교수는 “인터넷과 결합되면서 기존 시민운동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 논문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온라인 분야는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뭘 좀 쓰려고 하면 준비한 주제나 자료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돼버리는 일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온라인 시민운동을 주제로 논문을 완성했는데 그 뒤 ‘노사모’, ‘붉은악마’,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 등을 보면서 내 논문의 방향이 옳았음을 알았다.”
― 사이버모욕죄 추진 등 최근의 인터넷 규제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악성 댓글은 규제 만능주의의 발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사이버모욕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희한한 법률이다. 기존 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한데 다른 규제 법안을 또 만들겠다는 것은 네티즌 여론을 잠재우고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올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내내 ‘1인 미디어’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개의 ‘1인 미디어’가 블로그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블로거의 힘을 새삼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몇몇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은 이미 기성 언론사 기자를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 1인 미디어와 기성 미디어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시민단체가 하는 것을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언론사가 하는 일을 언론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젠 평범한 개인이 온라인에서 시민운동을 한다. 어떤 이슈가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시민단체에 제보하지 않고 스스로 인터넷에 카페 같은 것을 만들어 해결한다. 언론 기능 역시 블로그란 도구를 통해 평범한 개인이 해버리는 환경이 도래했다. 이들은 평소엔 직장 다니며 일을 하다가도 무슨 사안이 생기면 저널리즘 기능을 병행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멀티플레이어’가 우리 사회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블로그 문화에 대해 한 마디 조언한다면.
“요새 메타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음란성 콘텐츠를 모아놓고 ‘낚시질’을 하는 블로그가 조금씩 많아짐을 느낀다. 블로거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벌여야 한다. 어느 집단이나 물이 흐려지면 양질의 구성원부터 떠나기 마련이다. 좋은 블로거들이 내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이 없도록 각자 자기 집을 잘 가꿔야 한다. 블로고스피어라는 마을을 좋은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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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분 인터뷰가 나서 전일, 지인과 해당 인터뷰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워했었습니다.
언제나 선생님이 간간히 네트웍에 뿌리는 철학에서 한패킷씩 배우고 있어서, 인터뷰 기사 포스팅하신데 맞춰서 감사리플을 달아보는 네티즌 1인입니다.
존경이라뇨. 민망합니다~
제가 10년 전 월간 인에이블이란 잡지에서 읽었던 민교수님의 인터뷰 내용을 기억 해 보면... 소련이 망하고 국내에서 민주화가 완성 되면서 목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목표로 찾은 것이 '사이버'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요. 그 결정적인 계기가 노대통령이었는지는 몰랐네요.
꽤 오래전 인터뷰인테, 그 내용을 기억해 주시다니 감동입니다.^^
제가 막 온라인을 무대로 활동을 시작하던 즈음이었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러 버렸군요.
그때 제 사진 보면 풋풋한 청년이었는데...^^
세상이 참 빠르게 흐르죠. ^^; 제가 월간 인터넷 필자였고, 월간 인터넷의 후속 잡지가 월간 인에이블이여서 매우 정성스럽게 글을 읽었거든요. 그래서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이야기 하신 것처럼 석사 과정이신거 같았고 학문적으로도 막 시작하신 단계이신거 같았는데 이제는 학계 원로가 되신 거 같네요 ^^
어흑~ 원로라니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저 까무라칩니다...ㅠ.ㅠ
그때는 박사과정에 있을 때였답니다.
이네이블이 참 괜찮은 잡지였는데...
지금은 온라인에서도 흔적을 찾을 길이 없어 아쉽네요.
월간 인터넷, 월간 인에이블 정말 최고의 잡지였던거 같아요.
전 세계 다양한 소식을 알려 주었어요. 그 잡지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인터넷을 통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잡지였어요.
제 블로그의 기본 컨셉이 월간 인터넷과 월간 인에이블이에요 ^^;
블로그에 워낙 좋은 글들을 많이 써 놓으셔서
종종 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건필 하시길~
오...기사 재밌네요.
뭐가 재밌다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