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민단체 지원금을 작년의 절반인 50억 원으로 줄였다. 또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주최, 주도하거나 참여한 단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대신 100대 국정과제, 저탄소 녹색성장, 사회통합과 선진화를 지향하는 신국민운동, 일자리 창출 및 4대강 살리기 운동 등 정부시책에 맞는 활동계획을 제출한 단체에 집중적으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한 마디로 돈을 무기로 삼은 시민단체 길들이기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시민단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 및 비판이다. 그런데 견제와 비판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는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현 정부의 시책을 따르는 단체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은 시민단체의 존립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발상이다. 보통 정부 시책에 충실한 단체는 시민단체와 구별해서 ‘관변단체’라고 한다. 좀 더 적나라하게는 ‘홍위병’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졸지에 ‘홍위병 양성법’으로 탈바꿈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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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집회 시위 단체를 분류하는 기준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모름지기 모든 집회 및 시위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의 폭력성은 수반되기 마련이다. 꼭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를 들어야만 폭력은 아니다. 인도에서 평화 행진을 벌이는 것도 다른 행인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으며, 광장에서 구호와 노래를 부르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소음을 유발하는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엄밀한 기준도 없이 폭력 집회 시위 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자기 입맛대로 지원 단체를 정하겠다는 것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이중 처벌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불법 폭력 집회 시위 단체에 대해서는 지금도 경찰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처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의 처벌에 더하여 지원금 대상 제외 조치까지 가해지는 것은 명백한 이중 처벌 행위이다.

더욱 웃기는 일은 불법 폭력 집회 시위 단체라고 다 처벌받아 온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촛불시위 과정에서도 유모차를 끌고 평화행진을 벌인 카페 회원들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방송사 앞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인 단체는 아무런 제재 조치도 받지 않았다. 처벌 기준이 폭력성의 정도가 아니라 어떤 당파성을 띄고 있느냐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궁금해진다. 만약에 가스통에 불을 붙인 단체가 정부 시책에 적극 부합하는 활동계획서를 제출한다면 정부는 지원금을 지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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