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팬카페의 진짜 문제점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이런 현상은 사실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는 인터넷에 올라온 미모의 여강도 수배사진을 두고 ‘강짱’(강도 얼짱) 팬카페가 만들어진 일이 있었다. 2001년에는 일본에서 철로에 떨어진 행인을 구하고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씨에 대한 안티 카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실 사람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런 카페들이 개설되었다는 것보다도 1만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에 가입했다는 사실에 있다. 하지만 이들 1만 7000여 명이 모두 강호순을 사랑하는 마음에 카페 회원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카페가 등장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일단 가입을 했을 것이다. 또 보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이런 카페를 비판하는 글을 그 안에 올리려는 목적에서 일종의 위장 팬클럽 회원으로 가입했을 것이다. 그새 이 카페에 가입해 들어가 게시글을 살펴본 후 비판적 입장에서 리뷰를 올린 블로그들이 꽤 여럿 등장했다는 것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에 연쇄 살인범을 사랑하는 사람이 1만 7000여 명이나 있는 것처럼 경악할 필요는 없다.
남은 문제는 이런 카페를 개설한 당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페 운영자는 일부 언론이 강호순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것과 관련하여 “범죄자와 그 행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강호순씨를 포함, 범죄의 경중을 막론하고 어떠한 범죄인의 인권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리려 했다”며 개설 취지를 밝혔다고 한다.
개설자의 이 말에 과연 어느 정도의 진실성이 담겨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원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다.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범죄자라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범죄자의 가족이 감당해야 할 인권 침해까지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아무리 문제의식이 정당하다 해도 강호순 팬카페는 방법론적으로 옳지 못하다. ‘강호순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것’과 버젓이 카페명으로 내건 것처럼 ‘강호순을 사랑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범죄자 인권 보호를 위한 카페’를 공식 명칭으로 내걸었다면 오히려 건강한 공론장이 되었을 것이다.
강호순 팬카페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람에 범죄자 인권 보호의 목소리는 역풍을 맞아 사그라지게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강호순 팬카페 개설자가 범죄자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능형 안티’ 역할을 한 셈이다.
강호순 팬카페 소동이 던진 진짜 중요한 문제점은 강호순을 사랑하는 극소수의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강호순 얼굴 사진 공개를 둘러싸고 전개되기 시작한 범죄자 인권보호 이슈를 이성의 잣대가 아닌 감정의 잣대로 프레임을 바꿔 버렸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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