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인정보 ‘가치’ 무감각 해졌나 (시민사회신문)
뉴스
2009년 02월 23일 16시 17분
회사원 A 씨는 평소 L사이트의 도서판매를 애용한다. 최근 고객감사 신년 이벤트에 응모하라는 내용과 함께 당첨되면 명품가방을 준다는 말에 혹해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며칠 후 “L 이벤트에서 OO상품 응모하셨죠?”라며 전화가 걸려왔다. 내심 기대를 걸며 수화기에 귀를 바짝 댔다. “응모확인과 함께 좋은 금융상품이 있어 소개를….” 당첨확인 전화가 아니라 응모확인을 빌미로 한 금융 상품 판매 전화였다.
‘이벤트’를 빌미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영업’에 나서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TM(텔레마케팅)에 대한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기법’이다.
‘당신의 정보가 새고 있다’는 경고는 옛말이 됐다. 지난 2006년도에 많은 소비자들이 사기성 이벤트로 금전적 피해를 입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내렸지만 2009년 현재 소비자들은 이같은 이벤트로 자신들의 정보가 새나가는 것에 조금씩 무감각해져가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수의 기업이 소비자 정보 ‘낚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민경배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장(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사진)은 약관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보를 넘겨주는 것이 약관에 나와 있으므로 합법적이라 할지라도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약관의 내용을 충실히 전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약관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괄동의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하여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중요도 인식은 어떻다고 보는가. ▲ 옥션이나 하나포스 등에서 개인정보 대량유출사건이 있은 이후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임을 확인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주는 것이 꺼림칙하면서도 제공하게 만드는 유인요소가 존재한다. 당장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성이 있는데 불필요할 정도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식이다. 또 경품의 유혹이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하더라도 혹시나 오게 될 행운의 가치가 더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개인정보 유출우려는 높아졌지만 개인정보의 가치가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는 사소하게 인식한다. - 소비자단체의 대응은 어떠한가. ▲ 개인정보에 대한 1차적 관리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단지 업체의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대량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 중요한건 관리의 안전성이다. 그러나 업체가 알아서 하는 것 말고 현재 사회적 방안은 없다.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16대 국회부터 논의되었으나 현 18대까지도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시민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별도전담기구를 구성해 국가가 체계적 관리를 해야 한다. - 제정이 안되는 이유는. ▲ 의원 법안도 있고 정통부 법안도 있지만 서로 조율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논란은 전담기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이다. 정부쪽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직속 등 행정부 부속기관으로 넣었으면 하지만 시민단체나 의원들은 국가 자체가 이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관리 차원에서 ‘빅브라더’이므로 국가인권위처럼 별도 독립기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첨예한 대립이 존재해 합의가 안 되는 상태에 여러 정치적 상황 때문에 밀려 있다. - 개인정보를 침해당한 소비자 대응 형태는. ▲ 당사자들이 직접 카페 만들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경향이 많다. 더 힘이 클 수도 있다. 단체들도 제보를 받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돼 있진 않다. -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의 효율성은. ▲ 경찰이 신고는 받지만 실제로 수사가 다 이루어지진 않고 주로 대량유출 사건만 다룬다. 몇몇 신문에 보도되면서 알려진 것 외에 업계쪽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려지지 않은 유출이 많다. 업계가 쉬쉬하고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다. 공공연히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이름을 다 알만한 대기업이라 소비자들은 신빙성 있게 생각하지만 정작 대기업들은 광고업체에 위탁한다. 소비자가 대기업에 바친 신뢰도는 나몰라라 한다. 한국처럼 약관의 내용이 방대하고 작은 글자로 되어있는 나라가 없다.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것만을 함축적으로 알려 내용을 충실히 인지하게 해야 한다. 일괄동의도 문제가 있다. 소비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약관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는 다각적 정비가 필요하다. |
| 강지희 인턴기자 pttielove@ingopress.com |
(시민사회신문, 2008.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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