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배칠수씨가 라디오에서 노무현 대통령 성대모사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열심히 잘들 지내시고요. 건강들 하세요.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울트라컨디션이란 락밴드는 노무현 대통령 추도곡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밝은 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입니다.

암울했던 80년대, 가슴 속 끓어오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어금니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우린 이 말을 참 많이도 읊조리고는 했었죠.

그 후 어떤 이는 이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최소한 자신과는 상관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이 다시 모든 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그런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군요.

5월의 햇살은 저리도 찬란히 빛나고, 5월의 장미는 저리도 화려하게 꽃피웠건만 우리는 또 다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이란 다짐을 읊조리며 그 분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5월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을 떠나보내는 과정도 그리 순탄치 않은가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복궁 국민장과 서울광장 노제는 결정 났지만 여전히 정부의 태도는 비협조적입니다. 비좁은 덕수궁 대한문 앞은 추모객들의 물결로 북적거리건만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서울광장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추도사도 정부 반대로 가로막히고, 장례식에 쓰일 만장 깃대가 시위 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만장 행렬로 금지시키겠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과 고시 동기인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시민들의 조문 행렬을 가리켜 “소요사태가 일어날까봐 걱정된다”는 망언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리 숙여 깊이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정부의 태도는 노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멍든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저 먼 곳에 있는 봉하마을로 끝없이  몰려드는 추모객들을 보면서도, 정부가 차려놓은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외면하고 전경들로 둘러쌓인 비좁은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로 향하는 추모객들을 보면서도 저들은 아직도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져리게 느끼지 못하고 있나봅니다.

‘국민장’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더군요.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적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돌아가셨을 때에 국민 전체의 이름으로 거행하는 장례의식이다."

‘국민 전체의 이름으로 거행하는 장례의식’이랍니다. 즉 전 국민이 상주가 되는 장례식입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장의 의미나 취지와는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들에게 상주인 국민은 그저 소요사태를 우려한 단속 대상 정도로만 취급될 뿐입니다. 반성하기는커녕 향불이 촛불로 번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저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5월 29일이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때 처음 내걸었던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란 문구를 기억하시는지요? 내일 열릴 국민장만큼은 꼭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면 좋겠습니다.

온 서울을, 아니 온 대한민국을 노무현을 상징했던 노란색으로 물들입시다. 노란 넥타이와 노란 스카프를 맨 시민들이 나뭇가지 마다 노란 리본을 매달고,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장엄한 모습을 만들어 봅시다. 노란 모자를 쓴 아이들이 5월의 하늘 높이 노란 풍선과 노란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가슴 벅찬 감동도 만들어 봅시다. 그래서 아직도 국민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저들의 낯빛이 노랗게 질리도록 만들어 줍시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국민장이 거행되는 광화문 거리에서 다시 한 번 “좋은 날이 올 것”을 다짐합시다.
노제가 열리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다시 한 번 “그날이 오면”을 기약합시다.

노짱! 이젠 편히 쉬세요. 남은 일은 우리가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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