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동문회처럼 위계 서열이 있는 모임에 나가보면 불참자가 많다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나무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불참자는 야단을 안맞고, 억울하게도 참석한 후배들만 혼난다는 점이다. 그럼 그날 불참한 후배들은 다음 모임에 더 안나가게 된다. 나가봐야 지난 번에 안왔다고 혼나고, 이번 모임에 불참한 이들 대신해서 또 혼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거 큰 모순인데도 여간해선 바로 잡히지 않는 악습이다.

에피소드 2
요즘 트위터 열풍을 다루는 기사들을 보면 대기업CEO, 국회의원,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마치 이런 유명 인사가 트위터를 주도하는 것처럼 쓴 기사들은 꽤 불편하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트위터의 주역 역시 평범한 네티즌들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오마이뉴스의 어느 기자가 유명인들의 트위터 참여 현상을 묻는 전화를 했길래, 기사의 방향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기사 방향이 바뀌진 않았지만 내 의견이 별도의 박스 기사로 올라가 있더라.

에피소드 3
인기 앵커 김주하씨가 트위터 탈퇴를 선언했다가 그 다음날 복귀했다. 다른 이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감정 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 탈퇴 원인이라고 한다. 금방 다시 복귀 했지만 그 과정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김주하씨가 오프라인에서의 유명세 못지 않게 트위터 공간에서도 단단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쓰려는 이야기의 주 소재는 세 번째 에피소드, 즉 김주하씨의 트위터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김주하씨의 트위터 탈퇴와 복귀를 둘러싼 사람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사과 먼저 드려야겠다. 사람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한 마디 하려다보니, 이 글 역시 결과적으로는 그 호들갑스러움에 말 한 마디 더 보태는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순적 상황에 빠지지 않는 길은 침묵과 방관 뿐이리라. 하지만 하고픈 말은 기어코 해야 하는 성미인지라 스스로 모순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쓴다.

잡설이 길었다. 이제 본론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론 시작하겠다고 해놓고, 대뜸 결론부터 말한다. 오늘 글 참 두서 없다), 나는 김주하씨의 트위터 탈퇴와 복귀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시비거는 이들이 못마땅하다.

김주하씨에게 시비거는 이들의 주 논거는 탈퇴와 복귀라는 일련의 행동이 "공인답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공인이라는 말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첫째, "유명 인기 앵커로서의 공인"이다.

맙소사! 그럼 김주하씨가 트위터에서도 뉴스 앵커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했었단 말인가?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않는가? 만약 김주하씨가 자기 트위터에서 뉴스 앵커처럼 굴었다면 틀림없이 많은 네티즌들이 비판을 제기했을 것이다. "트위터가 뉴스 앵커석인줄 아세요?", "인터넷 소통방식이랑 방송 뉴스 소통방식도 구별 못하세요?" 이런 글들이 쇄도했을 것이다. 물론 김주하씨가 빠른 시간에 엄청난 팔로우 숫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대중들에게 매우 호감도 높은 공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팔로우들이 한순간의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김주하씨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나갔던 비결은 오히려 그녀가 공인답지 않게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을 트위터에서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인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시비라니? 그럼 소통은 일반인처럼 하되, 개설과 탈퇴는 공인처럼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거 너무 이율배반적인 주장 아닌가?

둘째, "5,0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팔로우가 있는 트위터 공인"이다.

이게 꽤나 이색적인 주장이다. 언제부터 팔로우 규모가 트위터 안에서의 공인 자격을 규정하는 요인으로 결정됐는지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그 숫자가 대략 5,000명 안팎이라는 기준은 또 누가 제 멋대로 정했는지 통 모르겠다. 그거 김주하씨가 긁어모은 숫자 아니다. 그냥 네티즌들이 스스로 찾아가 팔로잉한 숫자이다. 그렇게 모여진 숫자 규모 만큼의 책임을 떠안으라 요구하는건 부당하다. 만약 팔로우 규모 큰 사람은 트위터 공인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짊어져야 한다면, 몇 만 명의 팔로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은 거의 잘 올리지 않는 김연아 선수는 탄핵대상이겠다?

트위터에 들어오고 나가는거 그냥 본인 뜻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5,000명에 가까운 팔로우들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아쉽다고 지적하는데, "이 시간 이후 트윗을 접겠습니다"라는 글 하나 올렸으면 그걸로 충분히 배려와 예의 보여준거다. 말없이 글을 끊거나, 계정을 삭제한것도 아닌데 더 많은 배려와 예의를 요구하는거 좀 심하다. 트위터 접었다가 다시 복귀한게 무슨 대단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유명 인사의 트위터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간섭은 위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불편하다고 밝힌 언론의 보도 태도와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트위터를 통해 평소 대화의 기회가 전혀 없던 유명 인사와 직접 소통을 나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다. 최근 일고 있는 트위터 열풍에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몇몇 유명 인사들의 적극적 참여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인정한다. 아마도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더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보다 많은 소통을 나누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군다나 이런 식의 부담스러운 간섭 따위는 가급적 자제하는게 좋겠다.

첫 번째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먼저 트위터에 참여한 유명 인사들이 이렇게 간섭받고 상처받으면, 아직 트위터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유명 인사들이 겁나서 여기 들어오려고 하겠느냐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들이라면 마케팅이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들어와 말 그대로 "공인다운" 행동과 언어로만 일관하는 그런 건조한 트위터 계정에 계속 팔로잉을 유지하고 싶겠는가 말이다.

당신들이 임의로 정한 규칙과 규범을 다른 이에게 함부로 강요하는 짓, 그런거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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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에는 다 동감합니다. ... 하지만 그래도, 유명인은 유명인이지요.. :) 그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다 그 안의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과정인것을... :) 그러면서 어떤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참여하지 않은 다른 유명 인사들이 겁나서 여기 들어오려고 하겠느냐 말이다"

    그래서 이 내용만은 별로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들어오건 말건, 그 역시 그들의 몫일 뿐이니까요.

    • 민경배 2009년 08월 07일 1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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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입니다. 전적으로 당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몫이죠. 다만 다른 사람들의 불필요한 간섭이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소리입니다.

  2. 5throck 2009년 08월 07일 12시 24분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만큼 나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3. 바로 2009년 08월 07일 13시 12분

    말씀하신 것에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김주하씨의 대응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도 없거니와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공자의 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악플러나 쓸데 없는 딴지를 거는 사람에 대한 의연한 대응이 아쉬웠습니다. (역시 이런건 네티즌경력이 쌓여야 될 사항이려나요...음;;; )

    김주하씨의 트위터를 조용히 팔로윙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냥 조용히 의견 올려보았습니다. (오른쪽 트래픽 막대를 보아하니...얼마 못 견디실듯....)

    • 민경배 2009년 08월 07일 13시 20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게요. 오늘 끝까지 못버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4. sketch 2009년 08월 07일 16시 10분

    공감입니다. ^^ 소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 민경배 2009년 08월 07일 17시 15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뒤죽박죽 쓴 글인데도 공감해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 드려요~

  5. Sophia 2009년 08월 07일 18시 02분

    저도 어제 어떤 블로거 분께서 김주하씨의 이런 반응에 황당했다고 하신 걸 보고

    이런 곳에서까지 공인이길 강조하는게 좀 그러긴했어요.

    뭐 공적으로 중대발표를 한 것도 아니고, 트윗을 안하기로 했다가 다시 한것 뿐인데;;

    우리도 사실 잘 그러자나요? ㅋㅋ

    트윗이 사실 유명인들과 정말 가까이서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유명인들이 사람들과

    소통하기 참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 반응하면

    정말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요.

  6. h 2009년 08월 08일 11시 06분

    머. 이번 사태?? 라고 하기엔....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만....
    아주 큰 파장이 예상되는 일?? 이 아니면.... 그냥 좀 냅뒀으면 좋겠습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하고 기분들이 나쁜지....원....
    저 역시. 사람들 호들갑이. 더 짜증납니다.

  7. BrightListen 2009년 08월 08일 21시 00분

    바실리카로 넘어가면서 제목이 좀 바뀌었네요. : }

    • 민경배 2009년 08월 08일 22시 34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네요. 거기 운영자께서 알아서 퍼가시는데, 제목을 좀 바꿔놨군요.

  8. 박재희 2009년 08월 09일 12시 24분

    참 우리 나라 만큼 공인도 아닌데 공인 타령 지겹네요 정말 공인은 대통령 장관 공무원 군인 국회의원 경찰 소방관 선생님 들인데

    • 민경배 2009년 08월 11일 17시 39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저기..그건 공무원들인데요~

    • 박재희 2009년 08월 12일 2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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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인걸 알죠 바로 그 공무원 이 공인이지 아나운서 연예인 운동선수 들은 유명인 이지 공인이 아니라는 말과 우리 나라 만큼 공인 타령 하는 나라도 없다는걸 말하고 싶었어요

  9. / 2009년 08월 09일 14시 21분

    미제는 존거여.

  10. jjy 2009년 08월 09일 17시 25분

    김주하씨 .........사랑합니다.
    정말 꿈에나 그리는 이상형......
    너무 완벽해서 현실감이 떨어질정도......
    저런 여자와 같이 사는 남자는 얼마나 행복할까....ㅠㅠ

  11. simon.H 2009년 08월 26일 11시 44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죠^^
    김주하씨, 전 그냥 TV에서 볼때만 김주하 앵커일뿐,
    인터넷에선 그냥 김주하 아줌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생각드는데..

    김주하라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이끄는 반작용인듯 싶네요.
    관심과 기대가 없는 저로서는 뭐가 문제야~ 싶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나의 연인을 괴롭히지 않도록 마음을 좀 놓아야 할텐데요,
    우린 그게 참 잘 않되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아끼는 제 사랑하는 아내를 가장 자주 가장 많이 힘들게 했던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저라는 사람인것 같거든요

  12. 글쎄요 2009년 09월 02일 02시 05분

    공인으로서의 행동을 강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가 먼저 궁금하네요. 널리 알려진 아나운서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특정 행동에 대한 강요로 확대 해석하신 건 아닐지요?
    트위터에서 공인이길 강요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님 말씀대로 그 공간 자체는 누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관심 가질 공간이 아니란 데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김주하님이든 다른 누구든.. 트위터 대화에 대한 느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사안의 중심이 김주하님이 아니라, 수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트위터에 지금까지 규칙이 있었나요? 누가 규칙을 만들고 강요했나요? 지금의 트위터가 규칙을 강요할 수 있는 공간이고, 만약 그 규칙이 있다면 그게 먹히는 곳인가요? 그저 다양한 생각들이 타임라인을 타고 흘렀던 거 같은데.
    예를 들어 "난 민경배님의 저 발언이 불편해요"라고 트위터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왜 그걸 님은 인정을 못하시는 걸까요. 궁금. ^^
    만약 그게 '간섭'이라면 http://min.kr/633 도 그 잣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지 궁금하네요. ^^;

  13. @teferet9 2009년 12월 15일 16시 13분

    제일 마직막 줄 절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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