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마법에 걸리는 이유

글/시사IN 2009년 08월 19일 21시 56분
한국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의 무덤이었다. 제 아무리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인터넷 서비스라도 한국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맥을 못 췄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지만 한국 시장 점유율은 고작 10%대에 머물러 있다. 지구촌 네티즌들을 가상사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도 여전히 시큰둥하다. 전 세계 블로거들이 널리 애용하는 ‘워드프레스’나 ‘무버블타입’ 같은 설치형 블로그 프로그램조차 한국에서는 국산 프로그램인 ‘텍스트큐브’에 한참 밀려나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서는 한때 MSN 메신저가 우위를 누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Nate-On'이 성큼성큼 다가와 시장 점유율을 훌쩍 추월해 버렸다. 몇몇 온라인 게임을 제외하고는 세계 시장을 제패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불고 있는 ‘트위터’ 열풍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랭키닷컴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1월, 1만 4천 명이던 트위터 월간 순 방문자가 6월에는 58만 명으로 무려 4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가히 폭발적인 확장력이라 하겠다. 더욱 놀라운 점은 트위터가 아직까지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둔 아무런 마케팅 활동도 펼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 트위터의 빠른 확산은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 이뤄진 성과란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트위터는 국내에서 성공한 첫 번째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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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인터넷 서비스에 냉담했던 국내 네티즌들이 유독 트위터의 매력에 심취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역설적이게도 외국산 서비스인 트위터에서 가장 한국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어찌 보면 트위터는 옛날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그늘이나 개울가 빨래터 같은 공간이다. 느티나무 그늘과 빨래터는 우리네 전통 사회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무대였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소통의 장이었고, 건너 마을의 소식을 전해 듣는 뉴스의 장이었으며, 마을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여론의 장이었다. 물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인터넷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시판과 블로그이다. 하지만 트위터 커뮤니케이션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게시글과 댓글이 위계적 구조를 형성하는 게시판이나 블로그와 사뭇 다른 방식을 보인다.

트위터는 말 그대로 온갖 수다들의 난장이다. 오늘 점심 메뉴 같은 사소한 이야기부터 미디어 악법 철폐를 주장하는 공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뒤섞여 펼쳐진다. 누군가는 혼잣말을 주절거리고,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말을 걸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대화에 기웃거린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수다 그룹들이 형성되고, 이들이 수시로 이합집산 하면서 커뮤니케이션들이 이어진다. 느티나무 그늘과 빨래터에서 흔히 보았던 무정형적인 수다가 트위터 안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위터는 국내 네티즌들이 익숙해져 있는 인터넷 이용 습성을 잘 충족시켜 준다. 우리 네티즌들은 세계에서 가장 게시판 댓글 문화가 발달되어 있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송량이 통화량보다 더 많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140자라는 제한된 글자 수 내에서 툭툭 한 마디씩 던지는 트위터식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친숙하다.

게다가 국내 네티즌들은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에나 적합할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공개된 게시판에 버젓이 올려 버릇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트위터에 사적인 일상을 공개하는 일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는 트위터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트윗토스터’(http://twitoaster.com/ranking(새 창으로 열기))란 서비스를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트윗토스터’는 트위터에서 “@id” 명령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얼마나 많은 개인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는가를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상위 50위의 면면을 살펴보면 항상 한국인들이 15명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사적 대화의 공유라는 한국인들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이 그만큼 트위터에서 왕성하게 표출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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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처럼 하나의 아이디로 다양한 연계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트위터가 한국적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다. 트위터의 오픈API 정책은 수 천 개에 이르는 연계 서비스를 출현시켰다. 이용자는 이런 연계 서비스들을 통해 트위터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도 있고, 간단한 여론조사를 할 수도 있으며,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연동시킬 수도 있다. 무수한 연계 서비스들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구성해 놓았다. 물론 트위터 생태계가 국내 포털처럼 폐쇄적인 칸막이를 쳐놓은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능들을 곳곳에서 간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기에 포털에서 맛보았던 편리성을 느끼게 된다.

이는 트위터와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미투데이’와 가장 큰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투데이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양한 연계 서비스에 취약하다. 트위터가 열린 공간이되 부가 서비스는 포털처럼 다채롭게 이용 가능하다면, 미투데이는 반대로 포털 소속이지만 제한된 서비스 밖에 쓸 수 없는 닫힌 공간인 셈이다. 국내 포털들이 안고 있는 폐쇄성이란 고질적인 문제가 빚은 한계이다.

마이크로 블로그는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분야이기 때문에 트위터가 국내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네이버라는 거대 공룡을 등에 업은 미투데이가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변모한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수 있다. 여기에 ‘토씨’나 ‘플톡’ 같은 기존 국내 마이크로 블로그들도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며, ‘런파이프’, ‘톡픽’, ‘야그’ 등 신규 마이크로 블로그들의 야심찬 첫 걸음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이제 막 시작된 마이크로 블로그 열국지의 궁극적인 지존 자리는 가장 한국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구현해주는 서비스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시사IN, 제101호, 200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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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위터고민중 2009년 08월 19일 22시 43분

    안녕하세요. 시사인에 실린 기고문 잘 읽었습니다. 읽던 중 궁금한 부분이 있어 글 남깁니다. 트위터의 오픈API 정책의 효과를 설명하는 문단 다음에, 미투데이를 언급하시면서 다양한 연계서비스가 취약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미투데이도 오픈 API(http://me2day.net/me2/app)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네이버가 운영하기 전부터 제공하던 기능입니다). 다양한 연계 서비스에 취약하다는 결론의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닌지요?
    개인적으로는, 미투데이의 연계서비스가 트위터에 비해 취약해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사용자 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오픈API 정책을 써도, 트위터보다 연계서비스가 수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인터넷인구,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포털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nhn이 미투데이를 인수한 건 2008년 12월입니다)

    • 민경배 2009년 08월 20일 0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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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용자 숫자의 문제만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미투데이가 스타 마케팅으로 이용자수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오픈API를 통한 다양한 연계 서비스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중소 IT 업체들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봤자 금방 포털에게 먹혀버리고 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연계 서비스 개발의 동기 부여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 기업들은 트위터 연계 서비스를 통해 상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매진하는 것이 우리와 다른 환경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군요. 제가 말한 포털의 폐쇄성은 이런 넓은 의미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트위터고민중 2009년 08월 21일 22시 43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미투데이가 스타 마케팅으로 이용자수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오픈API를 통한 다양한 연계 서비스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그 이유를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미투데이가 스타마케팅으로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려봤자, 트위터의 이용자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기 때문입니다. 영어권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와 한국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시장 규모'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장 규모'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3년된 트위터 이용자 수가 1,7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트위터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영어권 인구가 몇 입니까. 다양한 연계사업 가능성도 여기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미투데이는 현재 40만이지만, 아무리 스타마케팅을 해도 1,700만명을 확보하긴 힘들 겁니다.
      한국 인구가 몇 인데. 1,700만명을 달성하겠습니까. 사업적으로 다양한 연계서비스가 나올 시장 크기가 못 됩니다. 트위터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트위터에 아무리 양질의 활동을 하는 한국인이 많아도(현재 23만인가요?), '한국어'로 된 오픈 API어플리케이션이 '사업적'으로 활성화되기 힘든 건, 23만을 타겟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구현되지 않아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나온다 해도, 미투데이 수준-개인의 '선의'에 의한 어플리케이션-을 넘어서지 못하리라 봅니다).

      '연계 서비스 개발의 동기 부여가 주어지지 않는 이유'를 포털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전에 협소한 한국 시장의 한계 탓이 더 크다고 봅니다. 세계유일의 언어(한국어)를 사용하며, 전국이 동일 시간대에 걸쳐 있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사업모델로 구현될 수 있는 다양한 연계서비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어권 시장이나, 중국처럼 단일 언어이지만 인구가 많은 언어권 시장이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봅니다. 제가 말한 '인터넷 문화의 차이'도 여기서 비롯되는 바가 많습니다.

      댓글이 길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게렉터 2009년 08월 20일 09시 09분

    본문 중 이 문장: "트위터는 국내에서 성공한 첫 번째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에서, "야후"는 치지 않습니까?

    • 민경배 2009년 08월 20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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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습니다만...
      저는 검색시장 초창기에 별다른 큰 경쟁없이 잠깐 선두를 차지했던 야후는 그리 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3. BrightListen 2009년 08월 20일 09시 16분

    '획일'이랄까요? 대중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결국, 단적인 방향으로 구심점을 찾아가는 한국 사회의 연장선상 가운데 출연한 서비스라고 생각이 듭니다. 빨래터에 앉아 떠들던 이야기들이 대부분 자극적인 소재이거나,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어떻게 보면 속도와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 싸이월드가 다뤄 왔던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연대와 휩쓸림 말이죠. 무리 안에서 소비하고 소비되는 방향과 연대의 에너지가 장점으로 흘러간 적이 많았던가요..?

    • 민경배 2009년 08월 20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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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의 네트워크와 트위터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다른지 한번 연구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BrightListen 2009년 08월 20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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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용량의 트레픽을 쏟아내던 싸이월드를 등진 사용자의 많은 수가, 그 천편일률적인, 가벼운 성향의 두드러짐을 원인으로 삼고 있지 않나는 의견입니다. 결과적으로 싸이2는 블로그의 형태를 보이게 되었구요. 부디 괄목할 만한, 성취가 따르는 연구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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