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민을 열받게 한 망언록

2009년 12월 11일 10시 00분

한 해를 정리하는 시리즈 두 번째 아이템은 “2009년 국민을 열받게 한 망언록”이다. 매년 수많은 어록들이 만들어지고는 하지만, 특히 올해는 사회지도층 인사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입에서 국민을 화나게 만드는 망언들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왔다. 애초에는 ‘망언 베스트 10’을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정리하다보니 달랑 10개만 뽑기엔 아까울정도로 너무 기가 막힌 망언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이것들을 몇 가지 유형별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바꿨다. 자! 그럼 올 한 해 어떤 망언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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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망언록

올해 가장 많은 망언을 배출한 분야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이다. 극우 보수의 선봉장 조갑제가 "신문 기사에서 '서거'가 아닌 '자살'로 고쳐 써야 한다"며 망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그와 쌍벽을 이루는 지만원은 "패가망신의 도피처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라며 응수했다. 여기에 김동길이 "노무현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이며 이 비극의 책임은 노씨 자신에게 있다"며 극우보수 원로 3인방의 망언록을 완성시켰다.
 

한편 광명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치워라”라고 하여 물의를 빚었던 이효선 광명시장은 다시 "아이들이 자살한 사람한테 뭘 배우겠냐?"며 아이들 듣기에 지극히 비교육적인 발언을 내뱉어,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자살골’을 넣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또한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늘어선 추모 시민들을 행렬을 두고 "제 애미, 애비가 죽어도 그렇게 하겠느냐?"는 발언으로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도 항의를 받는 상황을 자초했다.

그러나 이 모든 망언들을 제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최고의 망언을 남긴 이는 보수 진영의 뉴 페이스로 떠오른 변희재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 세금은 단 돈 1원도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듣보잡 조세론을 펼쳐 대중들의 주목을 이끌어 냈다. 변희재는 곧이어 "사회적 발언 하려면 최소한 1주일에 2-3권 이상의 사회과학서, 인문과학서인문과학서 책을 읽고, 매일 신문과 잡지의 글을 최소 3시간 이상 읽고,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도 주마다 서너 편씩 읽어야 한다"는 독서 권장 발언으로 후속타를 날림으로써 보수우익 망언계의 세대교체가 도래했음을 패기있게 선언하였다.

국민을 깔보는 망언록 

높은 지위에 앉아 계신 분들이 국민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망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어 주셨다. 지난해 국회 욕설 발언으로 2008년 망언록 대상을 수상하신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올해도 녹슬지 않는 내공을 발휘했다. 한예종 사태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학부모 앞에 홀연히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 유인촌 장관은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시켰지?"라는 주어 없는 독백으로 2년 연속 망언록에 이름을 올려놨다.

비극적인 용산 참사를 두고도 충격적인 망언이 나왔다. 참담하게 희생된 분들을 겨냥해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과 일부 보수 언론이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무개념 발언을 남발해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한편 이승환 홈플러스 회장은 골목 슈퍼를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을 "맛없는 빵을 만드는 장애인"에 비유해 말 한 마디로 중소상인과 장애인의 비난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일타쌍피의 신공을 선보였다. 또한 중앙대 박범훈 총장은 한나라당 의원모임에 판소리 공연 시키려고 동원한 여제자를 가리켜 "감칠맛 있다"는 발언으로 총장 체면에 스스로 “먹칠”을 해주셨다.

자기 직책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망언록

어렵게 고위관직을 차지하신 분들이 자기 직책의 존립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체성 혼란형 망언을 내뱉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일도 많았다.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은 “헌법에서 노동3권 빼야한다”며 제 밥그릇 깨뜨리는 발언을 하더니, 급기야 노동연구원 직원들의 파업과 직장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도 정체성 부정에 일가견을 보였다. 스스로 인권 비전문가임을 인정하고 ICC차기 의장국 후보를 철회함으로써 왜 그 자리에 앉았는지 의구심을 자아내더니, MBC <PD수첩> 수사 관련 회의에서는 자신이 결제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자폭 신공을 발휘했다.

법을 집행하는 권력기관 수장들도 정체성 혼란 발언이 많았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나도 기자들 모텔 많이 보내봤다"는 발언으로 스스로 성매매 알선이라는 불법을 자행했음을 자수했다. 검찰도 정체성 혼란에 가세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기자들에게 촌지 돌리기 이벤트로 물의를 빚자, 검찰 대변인은 "공개석상에서 추첨한 것은 촌지 아니다"는 발표로 많은 범죄자들에게 앞으로 공개석상에서 저지를 범죄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몰역사, 몰상식 망언록

너무나도 기초적인 상식조차 가뿐히 초월한 몰역사, 몰상식 망언들도 여럿 있었다. 가장 압권은 정운찬 국무총리였다. 서울대 총장까지 역임한 분이 국회 대정부 질의 석상에서 "731 부대는 항일 독립군"이라는 새로운 역사 해석으로 온 국민을 경악시켰다. 이에 유인촌 장관은 멀리 중국까지 날아가 태평양 전쟁을 “대동아 전쟁”이라 표현해 정운찬 총리에게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을 고통분담 하는 눈물겨운 동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아름다운 가게는 반정부 단체”라고 규정하는 발언으로 반정부 운동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려는 혼신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가카의 망언록

이 모든 다양한 망언들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망언록의 압권은 역시 이명박 가카이시다. 올해 초 명텐도 발언을 기점으로 “4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등 입만 열면 주옥같은 화제성 망언들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단연 망언록 지존의 자리에 등극할 실적을 만들어 내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망언을 굳이 하나를 뽑아보면 바로 이 장면이다. 서민 행보를 과시하기 위해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한 가카. 어느 가게에 들어가 “요즘 장사가 어렵다”는 상인의 하소연을 가볍게 씹으며 진열대로 돌진하면서 한 말씀을 남기셨으니,

"야~ 이것 좀 사먹어라. 야~ 뻥튀기."

어떤가? 자신의 서민 행보가 다 “뻥”이었음을 은유적으로 몸소 고백하신 가카의 양심적 면모가 돋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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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터앤미디어의

    tattermedia's me2DAY 2009년 12월 11일 11시 12분

    <2009년 국민을 열받게 한 망언록> 여러분에게 인상깊었던 망언들도 알려주세요

  1. 뿌와쨔쨔 2009년 12월 13일 06시 57분

    아 정말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추천 버튼 있었으면 시원~하게 누르고 갔을텐데.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그분들의 망언들! 기억하겠습니다.

    • 민경배 2009년 12월 13일 22시 33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추천 버튼은 위에 메타블로그 아이콘들 중에서 골라 누르시면 됩니다^^
      다음엔 꼭 부탁~

  2. 정혜경 2009년 12월 14일 09시 19분

    ㅎㅎ 정말 재밌고 기발하네요~ 역시 교수님!
    망언록상 받으신분들 참 대~~~~단 하십니다

  3. 김진숙 2009년 12월 19일 16시 10분

    읽다가 여러번 빵터졌습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참 우습고도 씁쓸한 일들이 많았네요.
    상 받으신 분들께 상장은 인터넷 택배로, 상품은 뻥튀기로?
    주말 잘 보내세요 ^ ^

  4. ㅋㅋㅋ 2009년 12월 21일 14시 33분

    다른건 몰라도, 유인촌씨의 대동아전쟁 발언은 진짜로 본인이 그렇게 말했는지 아니면 단순통역실수인지 분명치 않다고 들었는데....사실이 아니길 빕니다...

    개인적으로는 731 마루타 "항일독립부대" 에 한표...서울대 총장출신 총리가 한 말이라니 충격이 크군요...

  5. Jmi 2009년 12월 28일 02시 29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잼 있게 읽고 갑니다. 맨 마지막에 뻥튀기 완전 대박입니다. ㅋㅋ

  6. 아아.. 2009년 12월 28일 14시 02분

    사실 가카의 망언록 시장편에서는 뻥튀기도 그랬지만...
    상인 "대형마트가 들어서서 많이 힘드네요.."
    가카 "어.. 거기는 또 마트를 못만들게 막을수는 없고... 그래도 세상참 좋아졌죠? 대통령한테 이렇게 얘기도 하고 말이야..."
    자기가 리어카 끌던 시절 이야기는 꼭 안빠지고 나오고...
    세상 참 좋아졌죠 드립은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안빠트리고 써먹더군요...

    • 민경배 2009년 12월 29일 10시 33분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분의 망언록만 쭉 모아놓은 블로그 포스팅도 여러개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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