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트위터의 마법
글/경향신문
2010년 06월 07일 10시 00분
트위터는 지방선거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출마를 앞둔 후보자들이 대거 트위터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팔로어들을 모아 자신을 알리기 위해 골몰했다. 선관위는 트위터가 불법 선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선거법 93조를 들어 단속 방침을 밝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선거 당일에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와 투표소 인증샷이 트위터 공간에 흘러 넘쳤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각종 언론 매체는 트위터가 투표율 상승과 야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피상적으로만 본다면 트위터가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읽히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트위터의 위력에 대한 과도한 찬사에 앞서 하나하나 꼼꼼히 짚어볼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후보자들의 트위터 홍보가 당선에 기여했는가의 문제이다. 트위터에서 월등히 많은 팔로어 숫자를 확보하고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줬던 출마자라면 노회찬, 심상정, 한명숙, 유시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시거나 중도 사퇴를 하고 말았다. 그밖의 다른 후보들도 팔로어 숫자 등을 통해 유추해 볼 때, 트위터에서 의미있는 표를 모았다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트위터 여론이 오프라인에서의 다른 정치적 요소들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트위터 불법 선거에 대한 우려도 쓸데없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선거 기간 내내 트위터에서 불법 혼탁 선거의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몇몇 트위터 이용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선관위와 경찰의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어 혼탁 선거가 나타날 것이라는 선관위의 예견과 정반대로 트위터는 그런 정보들이 빠르게 수정되는 자정능력이 잘 작동하는 공간임이 입증되었을 뿐이다.
트위터가 선거율 상승과 야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다. 분명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는 더 많은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냈을 것이다. 또한 평소 트위터에서 친야당적 성향이 우세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야당표를 늘리는데 기여했다는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투표율 상승과 야당 승리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이명박 정부를 표로 심판하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활활 타오른 결과이다. 트위터는 거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다 트위터의 힘이라는 식의 과도한 결론은 자칫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의지를 가리게 만들 수 있다.
물론 트위터의 정치적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개개인의 140자 단문이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확장되면서 파괴력 있는 정치 참여의 공론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위터 정치는 단지 그 가능성의 단초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이다. 우선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응 못한 채 참여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낡은 선거법부터 차분히 긴 호흡으로 점검하고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거만을 위해 날아든 트위터 정치 철새들이 계속 트위터 텃새로 남아 국민들과 진솔한 소통을 이어갈지도 계속 지켜볼 일이다. 당선자들은 지방 의정에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소통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낙선자들과 특히 선거에 패한 정부와 여당은 보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트위터 안에서 모색해야 한다. 2년 후 총선과 대선에서 트위터의 마법은 한층 더 강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10. 6. 7)
"경향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NS 위험은 황색언론 탓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11/06/01
- 지방선거와 트위터의 마법 (댓글 0개 / 트랙백 1개) 2010/06/07
- 아고라의 진화, 어디까지 이뤄질까 (댓글 2개 / 트랙백 1개) 2008/12/23
- 최진실법’ 운운은 모욕죄 (댓글 4개 / 트랙백 3개) 2008/10/08
- 아이핀으로 해결될까?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4/30
- 선플 촉진할 댓글정책 모색을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07/06/14
- 악플, 없앨순 없다. 그러나 줄일순 있다. (댓글 8개 / 트랙백 0개) 2007/02/01
트랙백 주소 : http://min.kr/trackback/664
-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온라인 미디어 이용 실태는? - 제주 지역 중심으로...
浮乳... 忘命地 2010년 06월 09일 18시 34분오랜만에 들어가 본 지역 인터넷 신문사. 메인 화면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더군요. 나름 제주 지역에선 비판적 논조를 띈 언론사인데, 이번 개편을 통해 메인 화면을 세로로 크게 늘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