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덫에 걸린 대학강의 공개
글/한국대학신문
2011년 02월 10일 11시 45분
유튜브와 서점가에서 열풍을 몰고 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강의가 마침내 EBS <하버드 특강-정의>를 통해 TV까지 진출했다. 세계적 석학과 하버드 대학 수재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토론식 수업 영상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샌델 신드롬 속에 대학 울타리 안에서만 이뤄지던 강의 공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대학 강의 공개의 원조는 2002년 MIT 대학의 OCW(Open Course Ware) 프로그램이다. 마침 작년 말 대교협 주최 국제세미나에 MIT 대학 OCW를 이끌고 있는 시게루 미야가와 교수의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강의실에 밧줄을 걸고 몸소 거꾸로 매달리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괴짜 물리학자 레윈 교수의 강의 동영상도 상영되었는데, 당시 필자는 미야가와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레윈 교수의 강의 동영상을 보면 최소한 2대 이상의 카메라가 촬영에 동원된 듯하다. 수많은 강의실에 이렇게 카메라를 투입해 동영상을 찍으려면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가?” 이에 대해 미야가와 교수는 “OCW는 몇몇 특화된 강의만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나머지는 강의노트 등 문서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물론 동영상 강의가 훨씬 반응이 좋지만, 모든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MIT 대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이 일이 한국의 사이버대학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자의 소속 대학만 해도 연간 200개 안팎의 동영상 강의가 신규 제작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사이버대학을 합치면 대략 3000여 개의 동영상 강의가 매년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교수설계자와 디자이너가 만든 교안까지 함께 제공되고 있으니 세계 어느 대학보다도 뛰어난 OCW 기반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사이버대학들의 OCW 참여는 소극적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KOCW 사이트에 올라온 공개 강의 현황을 보면 총 1300여 개의 강의 자료들 중 사이버대학에서 제공한 것은 90개에 불과하다.
사이버대학이 OCW 참여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저작권의 덫이다. 사이버대학의 온라인 강의는 학생들의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사진과 영상, 신문기사 등 다양한 저작물을 많이 활용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강의 콘텐츠를 OCW에 공개할 경우 자칫 저작권 침해 시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저작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외부 저작물 활용 의존도가 높은 사이버대학 입장에서는 자칫 천문학적인 액수의 저작료를 감당해야 하기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수업 목적 보상금 제도를 마련했지만, 이조차 오프라인 대학들의 반발로 난항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저작권 문제에 대한 뚜렷한 제도적 방안이 당장 어렵다면 캠페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방송사와 언론사 소유 저작물 기부 운동이 그것이다. 대학 교육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사진과 영상, 기사 등을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방송사와 언론사들이다. 이들이 저작물 중 일부를 교육 목적에 한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용한다면 사이버대학이 안고 있는 저작권 고민은 상당히 해결될 수 있다.
물론 방송사와 언론사는 판매 가능한 자신의 저작물을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이 손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고려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일부 저작물을 기부하는 대신 나머지 저작물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히 저작권을 적용한다면 그리 손해 볼 일도 아니다. 방송사와 언론사 그리고 대학 간의 협력적 관계로 저작권의 덫만 원만히 풀린다면 한국도 MIT의 OCW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가 부럽지 않은 대학 강의 공개의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20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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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는 강의나 교육 목적이면 저작권에 저촉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게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학술정보원 사이트에 공지된 관련 내용을 아래 퍼왔습니다. 한 마디로 쓸수는 있지만 보상금 지급하고 허락 받아야만 쓸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작권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되었거나 「초 ∙ 중등교육법」또는「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육기관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그 수업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 ∙ 공연 ∙ 방송 또는 전송할 수 있다” 고 언급하고 있으며, 저작권법 제25조 제4항에서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 단지 수업만을 위해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경우라면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해 저작재산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문헌, 동영상, 음악, 사진 및 이미지를 온라인 강의 콘텐츠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업 목적 외에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웹 사이트나 CD-ROM 안에 수록되는 형태로 공개하고 배포할 강의 콘텐츠라면 해당 강의 콘텐츠 안에서 사용한 타인의 저작물에 대해 반드시 사전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실 교단 위만 찍어 내보내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이를 도와줄 시각정보인 '슬라이드' 구성물 등에서 저작권 문제가 걸릴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전 OCW에 좀 회의적입니다. 해외대학들의 공개 강의를 보더라도, 개론이나 특강 형태의 강의가 다수이고, 이는 곧 대학 홍보 그 이상의 교육자료로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뉴스 저작물 신탁업이 수익률이 좋다면 사회공헌적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좀 어려운 상태이고, 방송사는 수신료가 돌아가는 KBS와 EBS 채널 등을 활용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또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선 대학측에서도 뭔가 모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각 권역별 이러닝센터 총괄 기구 내에...
저도 현재의 OCW 사업들에 대해선 회의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